나와 마주하는 오롯한 공간 스스로 사진관, 자아성촬



자아성촬,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반성하고 살핌’이란 뜻의 사자성어를 약간 비틀어 만든, 셀프 촬영 사진관의 이름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고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이름이었다. 사진관의 모토와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몇 년 전부터 셀프 촬영 스튜디오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특별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런 작명 센스를 보여주는 사진관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다.





우리는 다양한 공간들에 둘러 싸인 채 살아간다. 약간씩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타인들을 끈임 없이 의식하고, 그들과 섞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회사나 학교 같은 공간들도 있고 편안하게 모든 경계를 허물고 온전히 혼자가 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들도 있다. 집과 음식점, 카페, 쇼핑몰, 영화관 등 우리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각종 공간들을 오가며 그 속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수많은 공간들 중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바라볼 수 있는 공간. 오롯이 혼자인 내 방에서도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나는 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기’는 힘들다. 의식적인 개념이 아닌, 시각적인 개념에서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행위는 거울이나 카메라 렌즈를 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사진관, ‘자아성촬’은 내가 나 스스로를 대상화하여 관찰하고,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자아성촬은 나 자신이 직접 포토그래퍼가 되어 스스로의 모습을 촬영하는 셀프 스튜디오다. 몇 평 남짓의 아주 작은 스튜디오, 커튼 하나로 분리되어 만들어진 나만의 세상. 커다란 조명기가 세워져 있고, 휴대전화 카메라의 렌즈와는 또 다른 느낌의 전문가용 카메라 렌즈가 나와 마주하고 선 약간은 낯설고 아직은 부끄러운 공간.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시멘트 벽면 위로 커다란 간판이 올라가 있고,
  • 아래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 유리창 속 스튜디오가 자리해 있다. 
  • 한 발짝 떼지 않아도 선 자리에서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스튜디오에 나만의 소우주가 담긴다.





한쪽 행거에 큼지막히 출력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들이 걸려있다.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카메라 앞에선 얼어버리는 보통의 사람들을 배려한 포즈 레퍼런스다. 나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편안한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서서히 녹는다. 행여 두 손이 어색할까 다양한 소품들도 준비되어 있고, 어정쩡한 자세를 잡아줄 의자도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서적들도 마련되어 촬영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읽어보아도 좋을 듯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데에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법한, 한 권도 허투루 고르지 않고 고심해서 비치한 것 같은 책들이었다.





처음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괜히 수줍어 제대로 포즈를 취하지 못하고 몸을 꼬다가 초침이 돌아가면서 이내 자연스러운 웃음이 입가에 떠오른다. 가만히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리모콘의 셔터를 누르면 바로 옆의 모니터에 내 모습이 찍혀 나온다. 거울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나. 찬찬히 뜯어본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느껴지는 눈빛, 진짜로 편안할 때에만 보이는 입가의 미소, 한껏 보정된 셀카 어플 속 사진처럼 예쁘지 않아도 가장 나 다운 모습을 기록해보는 시간은 꽤나 의미 있다.











일기를 쓰고 사색에 잠기는 등의 의식적인 성찰도 좋지만 때로는 시각적으로, 물리적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관찰해 봄으로써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느껴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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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2길2 (성수동2가 32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