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도시를 꿈꾸며 도심 속 양봉가 이야기, 카페 아뻬 서울


달콤한 도시를 꿈꾸며 도심 속 양봉가 이야기, 카페 아뻬 서울


꿀잠, 꿀잼, 꿀맛, 꿀성대, 꿀알바… 달콤한 긍정을 품은, ‘꿀’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표현들은 이제 우리의 언어생활에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우리의 식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이면서, 천연 약재로도 쓰이는 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생산된다는 프리미엄 꿀 ‘마누카 꿀’이 최근 열풍을 일으키면서 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아뻬 서울과 잇츠허니를 알게 되었다.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양봉 이야기, 그리고 한국 최초의 ‘허니 소믈리에’라는 두 가지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새롭고 흥미로웠다. 양봉은 산 좋고 물 좋은, 꽃과 나무가 많은 곳에서 해야 한다는 흔한 고정 관념이 깨졌다. 소믈리에라는 개념이 꿀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생소했다. 차갑고 삭막한 빌딩숲이 즐비한 도심 속에서 만들어지는 꿀이라니,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워 도시양봉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아뻬 서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떤 콘셉트를 가진 공간일지 기대를 가지고 혜화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뻬 서울의 첫인상은 카페보다는 양봉가의 작업실 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채워지고 꾸며진 공간이 참 매력적이다. 구석구석 벽과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양봉과 관련된 집기들이 이곳이 진짜 꿀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구경하는 재미에 눈이 쉴 틈이 없다. 꿀을 다 채취하고 남은 빈 벌집이 곳곳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놓여있는데, 그 구조와 모양이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정교하고 멋있다.



도시 양봉가이자 바리스타 그리고 허니 소믈리에인 이 공간의 주인은 이 공간을 방문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꿀과 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한쪽 벽면, 음료와 먹거리를 주문하는 데스크에 내걸린 ‘허니 플레이버 휠(Honey Flavor Wheel)’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꿀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향이 난다고? 꿀은 그저 다 똑같은 꿀이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무지가 부끄러워진다. 꿀은 꿀벌이 어떤 꽃과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 이유로 아뻬 서울은 꿀을 대지의 자화상이라 부른다. 미처 알지 못했던 넓고도 깊은 꿀의 세계에 어떤 존엄성마저 느껴진다.  



저마다 다른 빛깔의 꿀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저 조그마한 병에 담긴 꿀에 15일이 넘는 시간 동안의 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 허니 테이스팅 클래스를 통해서 세계 각지의 꿀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직접 꿀을 만들 기도 한다.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지리산 자락의 야생화를 담아낸 꿀(Specialty Honey Edition #1 Seomjin River), 비무장지대의 야생과 남북의 대지 내음을 하나로 담아낸 꿀 (Specialty Honey Edition #2 DMZ) 등 스페셜티 허니로 소개한 꿀들을 출시해 사랑받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설탕을 먹인 벌’의 산물인 사양 벌꿀과는 확연히 다른, 진하고 풍부한 향을 가진 꿀이다. 가끔은 이곳의 꿀을 사서 맛보고 싶어졌다. 그 꿀의 맛과 향을 통해서 꿀벌들이 오갔던 자연과 그 공간이 느껴지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입 속 가득, 코끝까지 퍼지는 향긋함 속에 라즈베리, 오렌지, 대추와 밤같이 맛있는 것들을 먹느라 바쁘게 날갯짓을 했을 한 마리 의 벌꿀이 되어.



꿀벌이 공중에 머물기 위해서는 1초에 230번 이상 날갯짓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꽃가루나 꿀을 나를 때에는 그 무게 때문에 날갯짓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하루 종일 열심히 날아다니며 꽃과 열매를 찾아다니고, 꽃 가루와 꿀을 나르다가 밤이 되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꿀벌들. 사람 사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꿀벌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서웠던 벌이 조금은 귀엽기도 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손톱보다 작은 날개에 짊어진 피로 덕에 이렇게 향긋하고 달콤한 꿀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어딘가 짠하기도 하다.




아뻬 서울의 거의 모든 것을 다 둘러보았을 때쯤 이 공간은 꿀과 꿀벌에 대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인테리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양봉가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것들, 만들었던 것들로 직접 채웠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셜티 꿀을 알리기 위해 테이스팅 클래스를 진행하고, 사람들이 꿀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도 제작한다. 그들의 꿀에 대한 애정과 관심, 사랑이 공간 가득 기록되어 있다. 공간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꿀벌과 인간의 공존’ 아뻬 서울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이 농밀하게 응축된, 달콤한 공간이다.



- 글. the blank_ / 사진. the blank_ -


공식 인스타그램 : @ape_seoul  

찾아가는 길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35나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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